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롱블랙 —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다를까?
카페에서 처음 롱블랙을 메뉴판에서 봤을 때 솔직히 '이게 아메리카노랑 다른 건가?' 싶었다. 그냥 이름만 다른 거 아닐까 하고 대충 넘겼는데, 어느 날 스페셜티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아메리카노 말고 롱블랙으로 드셔보세요"라고 권해줬다. 마셔봤더니 확실히 달랐다.
그날 이후로 이 세 가지 커피가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알고 싶어졌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직접 비교해 마셔봤다. 오늘은 그 내용을 정리해서 나눠보려 한다.
■ 에스프레소 — 이 모든 것의 시작
에스프레소는 곱게 간 원두에 고압으로 뜨거운 물을 짧고 강하게 통과시켜 뽑는 커피다. 양이 적다. 보통 한 잔에 30ml 내외로, 소주잔보다도 작은 양이다.
그런데 그 작은 양에 커피의 향미와 농도가 진하게 압축되어 있다. 마셔보면 쓰고 진하고, 마신 뒤에도 입 안에 여운이 꽤 오래 남는다. 처음 마셔봤을 때는 '이걸 왜 마시지?' 싶을 만큼 강렬했는데, 몇 번 마시다 보니 그 농축된 맛이 매력이라는 걸 알게 됐다.
에스프레소 위에 떠 있는 황갈색 거품층을 크레마라고 하는데, 이 크레마가 에스프레소의 향과 맛을 담고 있는 핵심이다. 크레마가 두껍고 균일할수록 잘 뽑힌 에스프레소라는 뜻이다.
■ 아메리카노 —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은 것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추가로 부어서 만든다. 에스프레소를 먼저 잔에 담고, 그 위에 물을 붓는다.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에스프레소가 너무 강하다고 느껴서 물을 타 마신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메리카노(Americano)라는 이름 자체가 '미국식'이라는 뜻이다.
물이 추가되니 농도는 낮아지지만, 에스프레소의 맛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특유의 쓴맛과 풍미는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커피 중 하나다.
문제는 에스프레소 위에 물을 부으면서 크레마가 섞이거나 부서진다는 것이다. 맛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 롱블랙 — 순서만 바꿨는데 왜 다를까
롱블랙은 아메리카노와 재료가 똑같다. 에스프레소와 물. 그런데 순서가 반대다. 먼저 뜨거운 물을 잔에 담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는다.
이 순서 차이가 생각보다 큰 결과를 만든다.
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으면 크레마가 위쪽에 온전히 보존된다. 크레마가 섞이지 않고 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한 모금 마셨을 때 크레마의 향과 에스프레소의 농도가 함께 느껴진다.
또 롱블랙은 보통 물의 양이 아메리카노보다 적게 들어간다. 그래서 농도가 더 진하고, 맛이 더 강하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유행한 커피 스타일인데, 스페셜티 카페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 세 가지를 직접 비교해보면
처음엔 '그게 그거 아닐까' 싶어서 같은 날 세 가지를 연달아 마셔봤다.
에스프레소는 한 모금에 끝났다. 쓰고 진하고 강렬했다. 뒷맛이 오래 남았다.
아메리카노는 익숙한 맛이었다. 마시기 편하고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왠지 밋밋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롱블랙은 달랐다. 아메리카노보다 확실히 향이 풍부하게 느껴졌고, 크레마 덕분에 첫 모금이 부드러우면서도 진했다. '같은 재료인데 이렇게 달라?' 싶었다.
이후로 스페셜티 카페에서는 롱블랙을 시키는 편이다. 원두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서다.
■ 카페인은 어느 게 더 많을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인데, 카페인 함량은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 샷의 개수에 달려 있다.
세 가지 모두 에스프레소 1샷을 기준으로 하면 카페인 양은 거의 같다. 물을 더 붓는다고 카페인이 늘거나 줄지는 않는다.
단, 카페인을 더 섭취하고 싶다면 샷을 추가하면 된다. 2샷 아메리카노나 2샷 롱블랙을 주문하면 된다.
■ 어떤 걸 마셔야 할까
딱 하나만 추천하기는 어렵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커피를 가볍고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아메리카노가 무난하다. 우리 입맛에 가장 익숙한 스타일이다.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롱블랙을 권하고 싶다. 특히 스페셜티 카페에서 좋은 원두를 쓸 때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아주 강렬하고 농축된 커피의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에스프레소를 도전해볼 만하다. 처음엔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나름의 매력이 있다.
■ 마치며
재료는 같은데 만드는 방식과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게 커피의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다. 오늘 카페에 가면 평소랑 다른 걸 한 번 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아메리카노만 마셨다면 롱블랙을, 롱블랙을 마셨다면 에스프레소를. 같은 원두로 만든 세 잔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직접 느껴보면 커피가 훨씬 재미있어질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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