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 마시면 안 되는 시간대가 있다? (마시는 타이밍의 과학)

 

나는 한동안 알람이 울리면 반쯤 눈을 뜬 채로 커피를 내리는 게 루틴이었다. 커피 없이 아침을 시작하는 건 상상도 못 했을 만큼. 그런데 어느 날 유독 피곤한 하루가 이어지면서 '내가 이렇게 커피를 마시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대를 조금 바꾸면서 확실히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기상 직후 커피, 사실 별로 효과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몸은 자동으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생체 각성 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몸이 스스로 깨어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천연 에너지 부스터다.

문제는 카페인과 코르티솔이 하는 일이 거의 겹친다는 것이다. 몸이 이미 코르티솔로 각성 중인 상태에서 카페인을 넣으면, 둘이 시너지를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카페인의 효과가 반감된다. 커피를 마셨는데도 '왜 이렇게 덜 깬 것 같지?' 하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면 이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코르티솔은 보통 기상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치에 달한다.


■ 그럼 언제 마시는 게 가장 좋을까

신경과학 분야에서 많이 인용되는 제안은 기상 후 90분에서 2시간이 지난 뒤다. 이 시간이 되면 코르티솔 수치가 자연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이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훨씬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오전 7시에 일어난다면, 커피는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마시는 게 이상적이다.

처음엔 '그게 가능해?'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냥 물이나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서 30분 정도 버티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따라 커피 한 잔의 효과가 유독 강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커피 마시면 안 되는 시간대가 있다? (마시는 타이밍의 과학)


■ 공복에 마시면 안 좋다는 말은 진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마다 다르다. 위산 분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위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공복 커피가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나도 예전엔 아침 커피를 마시고 나면 속이 불편한 날이 종종 있었는데, 가벼운 무언가를 먹고 나서 마시니까 확실히 나아졌다.

위가 튼튼한 편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연구도 있으니, 본인의 몸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 오후에 마시면 수면에 영향을 줄까

이건 꽤 중요한 부분이다. 카페인의 반감기는 대략 5~6시간이다. 반감기라는 건 체내에 남아있는 카페인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오후 3시에 커피를 마시면 저녁 8~9시쯤에 카페인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뜻인데,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잠자리에 들 때도 일부 카페인이 몸에 남아있을 수 있다.

수면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오후 2시 이후로는 커피를 자제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삼고 나서 전반적인 수면의 질이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


■ 하루에 몇 잔까지 괜찮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으로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400mg 이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대략 100~150mg 정도이니, 하루 2~3잔 정도가 일반적인 기준선이다.

다만 이것도 개인 차이가 크다. 카페인을 빠르게 대사하는 사람이 있고, 느리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다. 커피를 두 잔만 마셔도 손이 떨리거나 두근거린다면 자신의 적정량을 더 낮게 잡는 게 맞다.


■ 정리하면

- 기상 직후보다는 90분~2시간 뒤에 마시는 게 효과적이다.

- 위가 예민하다면 가볍게 뭔가 먹고 나서 마시자.

- 오후 2시 이후로는 수면을 위해 자제하는 게 좋다.

- 하루 2~3잔 이내가 일반적인 권장 기준이다.


커피를 끊을 필요는 없다. 그냥 마시는 타이밍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같은 커피 한 잔이 훨씬 더 잘 느껴지는 경험을 해보면 신기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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