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 진짜 카페인이 0일까? 마셔도 될까?
임신한 친구가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카페인을 끊기 싫다고 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권한 게 디카페인이었다. 그런데 막상 친구가 "디카페인도 카페인이 좀 있다던데 괜찮은 거야?" 하고 물어보는데 자신 있게 대답을 못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디카페인에 대해 제대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알고 나니까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 디카페인이라고 카페인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다
이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다. 디카페인(Decaffeinated)은 카페인을 완전히 제거한 게 아니라, 대부분 제거한 것이다.
국제 기준으로는 원두 기준 카페인의 97% 이상을 제거하면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다. 유럽연합 기준은 99.9%까지 제거해야 한다.
즉, 디카페인 커피 한 잔에도 소량의 카페인이 남아있다. 일반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인이 약 100~150mg이라면, 디카페인은 보통 2~15mg 정도 들어있다. 양이 아주 적긴 하지만 완전히 0은 아니다.
카페인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거나 임산부, 카페인을 의학적으로 제한해야 하는 경우라면 이 점을 알고 마시는 게 좋다.
■ 카페인은 어떻게 제거할까
디카페인 처리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과 안전성이 달라지기도 해서, 알아두면 원두 고를 때 도움이 된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iss Water Process)는 물만 사용해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화학 용매를 쓰지 않아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유기농 인증 디카페인 원두에 많이 쓰인다. 맛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방식이다.
이산화탄소(CO2) 방식은 고압의 이산화탄소로 카페인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원두의 향미 성분은 최대한 살리면서 카페인만 뽑아내기 때문에 맛이 가장 잘 보존된다. 다만 설비 비용이 높아서 고급 디카페인 원두에 주로 쓰인다.
용매 처리 방식은 메틸렌클로라이드나 에틸아세테이트 같은 화학 용매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가장 오래된 방식이고 비용이 낮아서 많이 쓰이지만, 화학 물질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다만 최종 원두에 용매 잔류량이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 디카페인이라도 속 쓰림은 생길 수 있다
■ 디카페인이라도 속 쓰림은 생길 수 있다
카페인을 제거했으니 위에도 부담이 없겠지 싶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커피가 위를 자극하는 주요 성분 중 하나가 클로로겐산인데, 이건 카페인과 별개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클로로겐산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공복에 디카페인을 마셔도 속이 쓰린 경우가 있다. 위가 예민하다면 디카페인으로 바꿨다고 해서 속 쓰림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 맛은 일반 커피와 얼마나 다를까 솔직히 말하면 차이가 있다. 카페인 제거 과정에서 향미 성분도 일부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맛이 좀 더 밋밋하거나 바디감이 약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요즘은 디카페인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좋은 원두로 만든 디카페인은 일반 커피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 특히 라떼나 카푸치노처럼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는 차이가 더 줄어든다. 카페에서 디카페인을 주문해보면서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 디카페인, 이런 분들께 권하고 싶다 카페인에 민감해서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는 분,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손이 떨리는 증상이 커피 이후에 나타나는 분, 커피를 끊고 싶은데 커피 마시는 루틴 자체를 포기하기 싫은 분. 커피향과 따뜻한 한 잔의 느낌은 그대로 즐기면서 카페인 부담만 줄이고 싶다면 디카페인은 꽤 좋은 선택이다. ■ 마치며 디카페인은 카페인 제로가 아니라 카페인 최소화라고 이해하는 게 정확하다. 완전히 카페인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충분히 훌륭한 대안이 된다. 커피를 사랑하지만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오늘 저녁 한 잔은 디카페인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 ■ 자주 묻는 질문 (Q&A) Q. 디카페인 커피를 매일 마셔도 괜찮나요? A. 네, 건강한 성인이라면 매일 마셔도 크게 문제없어요. 카페인 함량이 매우 낮아서 수면이나 심혈관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어요. 다만 위가 예민한 분이라면 공복보다는 식후에 마시는 게 더 좋아요. 클로로겐산은 디카페인에도 남아있어서 위 자극이 아예 없어지진 않거든요. Q. 임산부도 디카페인은 마셔도 되나요? A. 디카페인도 소량의 카페인이 남아있어요. 한 잔에 2~15mg 정도인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산부의 하루 카페인 섭취를 200mg 이하로 권고하고 있어요. 디카페인 한두 잔은 그 기준 안에 들어오지만, 임신 중에는 주치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게 가장 안전해요. Q. 디카페인 커피도 잠을 방해하나요? A. 카페인 함량이 매우 낮아서 일반 커피처럼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카페인에 극도로 민감한 분이 아니라면 저녁에 마셔도 수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녁에 커피 한 잔이 그리울 때 디카페인은 좋은 선택이에요. Q. 카페에서 디카페인으로 바꾸면 추가 금액이 드나요? A. 카페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500~1,000원 정도 추가 금액이 붙어요. 디카페인 원두는 가공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일반 원두보다 원가가 높거든요. 스타벅스나 메가커피 같은 프랜차이즈도 디카페인 옵션이 있으니 주문 시 요청해보세요. Q. 디카페인 커피도 항산화 효과가 있나요? A. 네, 있어요. 커피의 항산화 효과는 카페인보다 폴리페놀 계열 성분에서 주로 나와요. 디카페인 과정에서 이 성분들은 대부분 유지되기 때문에 항산화 효과는 일반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카페인은 줄이면서 커피의 건강상 이점은 챙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